기록하게된 이유
지금은 전역을 해서 사회인이 되었지만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누군가에게 좋은 경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네이버 블로그에 오래 묵혀둔 내용을 티스토리에 적으면서 계속 수정을 이어가려고 한다.
회고하면서 경험을 기록해본다
지난 내 군생활도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누군가 통신병과에 대해서 궁금해 하거나 이미 통신병과 보직으로 임무수행간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잠시나마 이 글을 읽으므로 누군가도 비슷한 경험을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글을 적게 되었다...
내 군생활은 GOP에서 했다.통신장교, 일명 통신소대장으로 복무를 했다.GOP부대는 원해서 지원하여 간 것이 아니지만.. 초임장교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그냥 군말없이 갔던 거 같다.다시 가라고하면 안 가련다...;;ㅎㅎ.....
통신병과도 대학에서 전공이 전산 전공이라서 1순위로 정해져서 간 것이긴 하다만...다시 지원해야한다면 통신병과는 안 하련다... ㅎㅎ....초임장교들 중에서 난이도가 가장높은것은 보병대대급 통신소대장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통신장교가 힘든 이유
1. 통신장비, 전산장비, 전기 들어가는 물건들이 안되면 통신병과 사람을 찾는다.(주말이든.. 밤이든..)
-> 막상 가보면 콘센트 빠져있어서 꽂아주고 오거나... 랜선 뺐다 꽂아주는 정도로 해결되는 일도 다양하다..
2. 전입을 가게되면 사실상 경험은 없고 장교들 중에서는 서열이 막내이기때문에 요청이 들어오면 거절을 하기 어렵다..
->전화가 줄기차게 오는 날이 있다... 전화가 30~40통 찍히는 날도 있는데...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걸 경험한다..
3. 보병대대급 통신소대는 대대 직할소대이며 통신소대장이라는 자리는 대대장의 통신참모역할을 수행하기에 병력을 관리하는 소대장의 업무와 대대 통신관련한 전반적인업무와 상급부대와의 협조가 잘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 병력들 관리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며 대대장의 의도를 이해해서 업무를 진행하고 상급부대와 연계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심지어 대대에서 통신병과 장교는 혼자다... 통신중대장은 연대급부터 있다... 자기 혼자라서 편하겠다고 생각을 할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나를 도와주거나 쉴드쳐줄 수 있는 같은 보직의 사람이 가까이 없다는 아쉬움도 있다...
GOP에서 통신병과로 군생활하면서 느꼈던 열악한 부분들도 정리해보겠다.
GOP 통신병과의 열악함
1. CCTV가 너무 많다..
-> 감시를 하기위해서 설치한 것들이 정말 많다. 200개는 넘는 것 같다.. 근데... 문제는 CCTV고치는걸 통신소대에 시킨다.... 너무 자주 고장난다... 일주일에 7~12건 정도 요청받는다... GOP전지역도 엄청 넓고 각 중대나 소초 간의 거리도 꽤 되어서.. 오고가는 것만 최대1시간 정도 걸리기도 한다...;;;
CCTV는 원래 통신재산이 아니다... 군수쪽으로 봐야하는데... 통신소대에 설치,유지보수를 시키는 것이 고착화되어있어서 변하지 않는다... 아마 몇십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거다...
2. 보병대대무지
-> 무전기 하나 제대로 운용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PC에서 자기 PC ip주소확인할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설명을 해줘도 일회성이다.. 기억을 안한다. 필요하면 통신소대에 요청하면 되겠거니 하는 모습들이 많다.
-> 꾸준히 교육하면 전보다야 나아질수야 있긴 하겠지만... 그렇다해도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내 경험상..)
3. 현행작전 &. 잦은 야간근무. 휴일X
현행작전이라해서 전방을 감시하고 경계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작전을 24시간 수행하는 부대이다보니 야간근무도 2~3일에 한번씩 들어가며 낮과밤이 바뀌는경우가 너무 많다.통신간부들도 야간근무 들어가고...
무전대도 3교대로 소대원들이 24시 상황유지를 하고 있다. 대대장 통신병은 새벽에 순찰나갈시 같이 따라나가야해서 잠이 부족하다는 부분도 있다..
GOP에서 요일은 월화수목금금금이다. 주말이 없다. 공휴일도 쉬지 않는다. 작전을 하는 것인만큼 긴장을 풀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휴일이 정해져있지 않기에 피로해지고 지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짐을 경험한다..
4. 잦은 상급부대 점검 ,장성급 부대 방문
상급부대에서도 검열이나 점검이 많이 온다. 2스타~4스타까지 다양하게 두루두루 봤다... 국방부 장관이나 어디 시장이나 행정부 부서 차관 등이 방문하는 경우도 종종 경험할 수 있다. 군생활 간에 3스타 4스타 볼일이 없을것같지만... 현행작전하는 부대이다보니.. 격려방문 많이온다...
점검 방문이 많은데... 준비가 안 된 모습이 비치면 지속적으로 상급부대에서 갈굼 시작된다... 사전에 준비가 잘 되어있기를 바란다...
-> 나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해도 안 되는 부분들 갈굼 있을 걸 알기에 그냥 시작할때뿌터 마음을 너무 쓰지는 않았다.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열심히하면 지쳐서 나가떨어진다고....
5. 자연재해
나도 겪어보기전에는 몰랐는데 3월에도 눈이오는 걸 처음 보고서 놀랐다. 한겨울에 체감온도가 -20~-30도가 찍히는 걸보면서... 놀랐다.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비가 억수로 많이와서 다리가 물에 잠기고 철책등이 전도되거나 토사가 쓸려서 진지가 무너지기도 하고 낙뢰로 인해서 CCTV가 고장나는 경우가 있다...
-> 힘내라... 이건...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다보니...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시설물 복구해야할 생각에 멘탈이 잠깐 나갈 수 있다... 힘내라... 많이 고생하고 있다는 말밖에 해줄 말이 없다..
6. 열악한 시설
장교지원계기중에 하나는 BOQ라는 부대 밖에 있는 군간부숙소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나는 그랬다..)
근데 현실은 부대 안에서 매일매일 부대 안에서 다같이 살고 있다. 병력들이 사는 생활관과 동일한 방에서 다른 간부들하고 여럿이 함께 살고 있다.
-> 나름 장점도 있다. 24시간을 함께 살다보니 가깝게 지내게 되는 부분이 있다. 같은 방 쓰는 간부들하고 야식을 자주먹기도하고 소대 병력들하고 개인정비시간에 같이 게임하거나 놀곤한다...
-> 하지만 단점도 있다.. 나랑 안 맞는 사람도 매일매일 봐야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나한테 맞을수야 없지만... 그냥 안 맞는 사람은 일로서 만날때 제외하고 접점을 최소한으로 줄이면 스트레스는 덜 받는 것 같다..
GOP에서 군생활하는 이에게
- 최전방에서 복무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일이다. 어떤 거로 보상을 받으려고해도 보상이 안 될것이고 불만이나 스트레스도 많을것이다. 그래도 살면서 기억나는 건 군대에서 힘들었던 것같다. 그게 이후의 삶에서 하나의 큰 경험이 되었던 거 같다. 힘들어도... 버티면.. 좀만 버티면 나올 날이 있으니 견뎌내길 바란다...
3개월만 딱 버티자... 나도 죽을만큼 괴롭고 힘들었는데 딱 3개월 버티고서 적응이 되었다.
힘내라는 말밖에 해줄말이 없지만 전방에서 고생해주니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쉬고 있단것을 알았으면 한다.
통신소대장으로 복무하는 이에게
- 여러모로 치여살다보니 회의감도 오고 방황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이 소대장이라는 직책에서 벗어날 날이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괴로워도 그게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을... 힘들어도 악으로 깡으로 버텨보기 바란다. 힘들때 연락할 수 있는 주변사람도 사귀기 바란다. 사람이 힘든것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응어리가 해결되기도 한다... 나 자신도 말할 수 없이 힘든 때가 있었기에...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지 몰라도 같은 길을 걸어갔던 선배들이... 같은 위치에 있는 다른 동기들이 그 깊이는 헤아리지 못하더라도 공유하면 어려움에 공감한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
* 웃긴 일화들(종종 생각나면 하나씩 업데이트 하겠다)
1. 통신병과사람들은 이름을 잃게 된다. 많은 이들이 “야 통신, 통신아, 통신!”이라고 부른다.
-> 병력들하고 다같이 모여있었는데 과장이“야 통신아”라고 뒤에서 불렀는데 우리소대병력들이 다들 자기를 찾는 건줄 알고 모두 뒤돌아서 과장을 쳐다봤었다. 과장도 놀랐표정이었다...ㅎㅎ;;;
이름이 있는데 이름이 없다....
통신병과는 장비나 재산과 관련한 부분도, 보안관련 일도 담당하는 부분이있어서 더 쉽지 않다
2. CCTV가 안 나온다고 해서 30분을 넘게 가서 하루종일 정비해서 고쳐줬다. 근데 철수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불량이 났었나보다. 근데 이제 작전과에 말하는게 통신소대가 만졌다가 고장났다는 식으로 보고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한다...ㅎㅎ;;; 우리가 만져서 고장난게 아닌데도 마지막 만진 사람이 다 책임지는...;;
폭탄돌리기 하려고 한다. 골때리는 경우 많다..;;
3. 굴삭기 들어오고 이것저것 철거하는 작업이었던거 같다... 근데 얼마 지나서 전화가 왔다. 뭐 선 끊어먹었다고 와달란다... 갔다... 전기선이다... 어디 끊어져서 안 되는 것도 없는거 같다.. 하..... 자기네들이 미리 확인을 해야할 것을 확인도 안 하고 그냥 오라고 하네...;;;
그래서 늘 얘기한다... 전기면 당신네들 군수꺼지.. 통신꺼 아니다.. 제발..... 그냥 일단 불러보자라는 식으로 하지 말라고!!!!!
4. 타 중대에서 수목제거한다고 전기톱으로 무지성 난도질을 했다.. 주변에 전봇대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무가 전봇대 쳤다...;;; 전봇대는 잘보면 맨 위에 전기가 흐르는 고압선이 어느정도 이격된 거리에 통신선로 다발을 고정핀으로 고정하고 있다.. 근데 쳐버려서... 전봇대에 있던 선이 흔들리면서 다른 전봇대에 고정된 핀까지 다 풀리면서 선이 다 처졌다... 그래서 그 작업 결국 통신소대가 날 잡고서 선 다시 올렸다. 고맙다 H중대! 안 그래도 바쁜데 또 일 만들어줘서! (+ 이후에 또 그 중대는... 수목의 가지들 정리하라했더니 J 간부가 그냥 전기톱으로 잘라버리다가 나무에 걸어놓은 선들 다 쳐지고... KT 모뎀 광선 잘라먹었다. 덕분에 1주일 넘게 휴대폰 안 터졌다~ 고맙다 사람 피곤하고 귀찮게 만들어줘서!)
5. 보안사고가 꽤나... 자주 일어나는데... 대부분 아무생각없이 사용하는 용도가 네트워크 랜선을 그냥 냅다 꽂았다가 발생하곤 한다. 근데 항상 하나같이 사고 터지면 당사자는 항상 자기가 안 했다고 부인을 한다... CCTV에 찍히고도 자기는 안 만졌다고 부인한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식의 논리를 펼친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사건이 있다면..;;; 반납처리하려던 PC에 휴대폰 꽂고서 충전했었는데 말 안하고 조용히 넘겼다가 어찌어찌 하다 로그기록 뜨게 되어 사고 인지가 상급부대에서 역으로 추적이 오고 있었다.. 근데 당사자 불러서 취조하는데 자기는 한적없다고 뻑뻑 우겼다가 로그 찾아서 보여주니 입꾹닫하던게 생각난다. (고맙다! 덕분에 상급부대 ,차상급부대, 차차상급부대까지 실무자들한테 연락받아야해서 평화로운 날이 없네~ 어설프게 거짓말했다가 위태로워질 같으면 그냥 거짓말을 하지 말자)
6. GOP에서 배달음식 먹는게 쉽진 않지만 말년 중위 짬바가 되었을 때에는 어쩌라고 마인드가 강해졌다. 배달음식 공수작전을 자주 펼쳤다. 2~3 주에 한번정도 소대원들이랑 1/N 각출해서 같이 배달음식 먹던 기억이 있다. 다른 소속 용사들이 정말 부러워했었다. 소대원들이 늘 하던말이 아니곱다면 니들도 통신병하던가! 였다.
7. 야간 상황근무 끝나고 내려오면 본부중대 상황실에 당직 근무 서는 용사들이 있었는데 뭔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누가봐도 몰폰하는 느낌이 들어서 조심히 문을 열고 갔더니 당황하면서 의자에 빠르게 손을 집어넣는 모습을 포착했다. 본인은 끝까지 아무것도 안 했다고 우기지만 막상 보니까 휴대폰 나왔다.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준다고 했지만 끝까지 아니라고 우겼다. 그래서 보고해서 휴가 짤라버렸다. 들킨 것 같으면 이실직고하고 반성하는 태도가 있어야 하는데... 20살 넘은 청년들이 군대만 들어오면 애기가 되는건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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